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206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땅끝.JPG

<육길원 주필 / 언론인>

 

전라북도 고창의 천년 고찰 선운사, 절 뒤뜰 마당 감 나무에  탐스럽게 익은 노란색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고향의 가을에 도취한 나는 함께 동행한 형님과 한 커트를 사진기에 담았다.

최근 한국을 다녀왔다. 팔순을 향해 돌진하는 형님을 위로하기 위해서 였다. 친구들의 체취와 고향의 정서가 그립다고 했다. 나 역시 동감이라, 이번 여행은 내가 안내를 맡았다.

형님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살면 얼마나 더 살 것이며 꿈에도 잊지 못하는 고국의 강산과 옛 친구들을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겠는가? 생각하니, 경비와 시간 그리고 체력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힘겨운 14시간 비행의 강행군과 시차 조절( Jet Lag)의 어려움이나 숙소의 불편함은 따질 필요가 없었다. 사실 요즈음 한국은 자신의 입에 맞는 호텔을 얻기가 무척 힘든다.

직업상 나의 여행은 늘 취재라는 강박감이 동행 했다. 70을 훌쩍 넘긴 이 나이에도 나는 아직 현역 이다. 시카고 한국일보의 고문으로 사설과 칼럼을 쓰고 있다. 이번에도 몇 가지 공식 행사, 즉  외교부 주최 제7회 한인의 날 기념식, 국회에서 열린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주최 기념식 등 2곳에서 열린 한인의날 기념식에 참석 했다. 해외에서 한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국가민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 인물을 선택해, 한미교류 협력의 유공자로 시카고 한 서버브의 교육위원으로 있는 이진씨가 특별공로상을 받기도 해서 국회도 들르고 의원 식당서 식사도 했다. 이날 대상은 문정황후 어보 환수에 공을 세운 주역인 안민석 국회의원과 혜문 스님이 수상했다.

가을 답지 않은 땡볓에 성암 월드컵 구장서 열린 보사부 주최 사랑나눔행사에 가서 도시락을 먹으며 한국 정서를 만끽했다. 시카고와 인연이 깊은 민병철 건국대 교수(선풀운동 본부 이사장) 가 주도하는 선풀 운동서초구 의원 선서식에 미주 고문 자격으로 참석 했다. 또 특수 임무를 띠고 간 시카고 보타닉 가든 한국 정원 유치사업 홍보 활동에도 열심을 다했다. 하지만, 9 29일부터 10 21일 까지, 모국 여행 사상 제일 긴 나의 2013년 가을 한국 여행의 테마는 역시 먹고 마시는 철저히 팔도 강산 유람 이었다.

 

이것 보다  바쁜일 없다는 만남

 

나의 이번 한국 여행은 1주일 내외의 기간을 가졌던 다른 때에 비해, 비교적 기간이 긴 3주간 이었다.  첫 주는  강남지역 호텔서 묵으며 각계 인사들을 만나는 일,  2번 째 주는 지방여행,  3번째 주는 친지 집에 신세를 지면서 서울 나들이를 가졌다.

한국에  연고지가 없는 여행객에게 숙소 문제는 좀 심각한 편이다. 만나는 사람들은 3년 만의 외출이었는데, 변함없이 정다웁고 따뜻했다. 스스로 인복이 많다고 느낀다. 만나는 부류는 늘 고정되어 있다일가 친척,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생, 옛날 신문사 동료, 군대 전우, 몇 몇 여자 친구, 사회에서 서로 존경심을 갖고 만난 인맥, 등 등 이다.  

내가 미국으로 이민 간 후 평균 2년에 한 번씩 한국을 갈 때 마다 매번 빠짐 없이 형제처럼 꼭 만나고 오는 조선일보 팀인보길, 조병철씨 와는 세종회관 뒤 일품당에서 샤부샤부로 식사를 했다. 이 두 분은 우리 집사람하고도 친한 친구가 되어 집사람이 혼자 나왔을 때도 편하게 시간을 함께 해주는 멋진 분들 이다. ‘편집부의 트리오사람 좋기로 유명한 김종헌씨도 늘 합세했는데, 몇 년전 부터는 몸이 안 좋아 못 나오는 실정 이다. 흐르는 세월에 장사 없으니 야속할 따름이다.

점심 시간이 길어져서 조선배가 인사장에게 바쁜데 빨리 사무실에 들어 가야지요라고 말 했더니, 인사장 왈 이 보다(우리의 만남) 더 바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해, 나는 왕년의 명 사회면 편집자와  편집국장 답게 감동의 명 미다시라고 응수 했다. 우리는 점심을 잘 먹고 식당 근처의 꽃 가게에 진열된 국화 앞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사진까지 여러 장 찍고 왔다. 이번 여행 중 우연히 어느 식당에서 옛날 경제부의 송형묵씨를 만나, 반가움에 서로 허그를 했고, 따로 만나자 고 약속을 했으나 지키지 못해 미안한 감을 갖고 돌아왔다

 

꿈처럼 즐거웠던 팔도강산 유람

 

우리 형제는 이번 여행에 너무 욕심이 많았다. 다시는 못 갈 곳처럼 계획이 너무 컷다는 이야기다. 당초 계획은 대충 이렇게 짰다.

옥천 육씨의 본인 옥천에 들러 육영수 여사 박물관과 향수의 작가 정지용 시인의 유적지도 보고, 할머니 돌아가실 때 내려간 고향땅, 몇 십년 만에 지금은 연고도 없는 경북 상주도 가기로 했다. 청춘의 한 자락을 바첬던 군대 생활의 추억을 찾아 전방도 가보고 싶었다. 형님은 강원도 철의 삼각지 중동부 전선, 나는 화천 사창리, 유격 훈련을 받던 그 산하가 그리웠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유난히 먹는 이야기를 많이 한 이유는, 솔직이 한국 여행의 목적은 추억을 더듬고 다분히 만남과 먹는 것을 즐기려는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도에 들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었다. 어린 시절 피난도 못가고 고생하던 영천 선바위 절이 있는 현저동도 찾아가 보고 싶었다. 또  해방전에 우리가 살던 인천도 꼭 다시 보고 싶었다. 평생 서울에서 살다 군산에 내려가 계신 94세의 외삼촌도 찾아뵙고 싶었다. 그의 모습에서 오래전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큰 댁 사촌 형제 중 제일 가까웠던6.25 때 백마고지 참전용사 육동호 소위가 잠든 국립현충원도 참배하고 싶었다. 계절이 단풍철 인지라  40년 전 고향 떠나고 가보지 못한 설악산도 오르고 싶었다.

 

인산인해 설악산 단풍은 절경

 

가고 싶은 곳은 거의 다 갔으니, 여행의 목적은 다 이룬 셈이다.

단풍이 절경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설악산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인 대학생 때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 까지 정복 했었는데, 이번에는 오색에서 주전골 계곡을 지나  단풍 트레킹 4시간 반을 주파한 후 등선대 상봉을 오른 다음 한계령으로 내려왔다.  이는 대청봉  등반과 거의 맞먹는 난 코스로 이 나이에 대단한 실력이라고 주위에서 놀랐다.

많은 곳을 다녀 오겠다고 작심하고 간 여행이었기에 좀  무리하기는 했으나, 스케줄이 겹쳐 이번에 못간 옥천과 상주  고향 땅, 강원도 일선 방문, 돈암동과 서대문 옛동네, 모교 홈 커밍데이관악산 등반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가는 곳 마다, 뜻깊고 인상적이라, 모든 곳이 하이라이트 였지만, 섬의 파노라마 다도해를 비롯한 남도 여행은 먹거리도 최고 였다. 목포의 굴비 녹차 말이는 평생 잊지 못 할 진미다. 명량 대첩지 울돌목 유적지 탐방 등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역사 공부는 자존심과 애국심을 다시 북돋게 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윤선도와 송시열의 안빈낙도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보길도는 다시 가고 싶은 섬 이다.

전주와 서울 북촌의 한옥 마을도 고국의 옛 정서를 흠뻑 느끼게 했다. 명보극장에 가서 내가 마지막 본 파리’ ‘여로등 옛날 명화도 보았다. 국립 현충원에 들러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묘소와, 인천 자유공원에 올라가 맥아더 장군 동상에 각각 참배 했다. 한국 근대 문화의 개항지인 인천, 차이나타운에 들러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공화춘에서 30분을 기다린 후  1만원 짜리 짜장면을 맛있게 먹은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 이다. 고교 동창들과 여주 신륵사와 한솔 뮤지엄도 구경했다. 조카가 유림으로 있는 서울 문묘와 성균관 방문도 즐거웠다.

 

가는 곳마다 다양한 식도락 즐겨

 

이번 여행은 내나라 음식문화 먹거리 체험 나들이 이기도 했다.

도착 즉시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과 노량진 수산시장의 청해진에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는 전어 요리, 반포 서래마을에서 젊은 교수들과으로 멋진 축배를 올린 매운탕,  2명의 대학교 여자 동창 내외가 사준 사당동 추어탕, 형님 친구들과 청계산 자락에서 함께 먹은 오리 요리,  대성옥 도가니탕, 고교 친구들과 강남의 서초 대원  인사동 이조식당의 한정식, 송기방 정상학 변호사와 현대 백화점에서 먹은 전주 비빕밥 등 등 식도락을 마음껏 누렸다. 마침 국정감사로 바쁜 일정 인데도 불구하고 댁으로 초대, 모기에 물려가며 바베큐 저녁을 대접해 준 대학교 후배 원혜영 의원님. 부천서 숙식을 함께하며 아침마다 벗꽃 동산을  산책한  나의 신실한 친구 신종진 사장 내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와 함께 동행한 형님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그 연세에 다람쥐처럼 빠르게 설악산을 등반하던 분 말이다. “사랑하는 형님, 여행 중 잔소리많이 해서 미안해요최근 작고한 소설가 최인호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여행 다니며 노인네를 야단치던일이 눈물겹게 후회스러 웠다고 했는데, 나 역시 공감한다. 속으로 얼마나 섭섭했을까? 다음 여행 때는 잔소리 지퍼를 잠글테니, 두고 보십시오.

1만원 짜리 지하철 승차권 4장을 쓸 정도로 서울을 수 십번 누비고 돌아 다녔다.  유서 깊은 목포의 유달산과 노적봉, 푸른 바다위에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뿌려저 있는 남해 다도해,  해남 땅끝마을의 풍광, 동해 속초, 서해 월미도 앞 바다. 아무리 국토가 좁기로서니, 이번에 동서남의 3면 바다를 다 둘러 보았다.

두 형제의 우애스런 여행이 보기 좋다는 말에,  그저  형제는 용감 했다.”는 대답을 하고 싶다.

 

 

          

                   

                   

 

  • ?
    skyvoice 2013.11.09 07:03

    정말 즐거우셨던 여행 같아요. 저도 주필님 가셨던 그 코스대로 한번 다녀오고 싶군요.

    항상 건강하셔서 형님 모시고 이런 여행 다시, 또 다시 가셔야지요. 잔소리 안하겠다던 약속은 꼭 지키세요. ^^ 설사 약속 못 지키더라도 형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즐겁지 않겠어요?


  1. 돈은 주인을 알아본다-차락우

    돈은 주인을 알아본다 차락우/시카고 문경 돈은 눈이 없어도 주인을 알아본다. 난세에 영웅 나고 부자 난다. 눈먼 돈도 임자를 찾아 간다. 한국역사책을 읽어보면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세의 침입으로 나라가 편치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 ...
    Date2014.07.07 By관리자 Views919
    Read More
  2. No Image

    차락우의 세상읽기 ..통일은 너그럽게

    "통일은 너그럽게..." 차락우 박사/전 시카고 평통회장 서울에 김일성대학 총동창회. 북한 출신이 통일한국 대통령 된다? 북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면 출세가도가 열리고 신랑감으로는 0 순위다. 각 시도 군으로 부터 뽑혀온 1등 수재와 성분 100 점...
    Date2014.03.03 Byskyvoice Views1715
    Read More
  3. No Image

    삼천리 반도 돈벌러 가세....

    <차락우 박사의 세상읽기> “삼천리 반도 돈 벌러 가세. 미국은 더 이상 못 참아” 세계 굴지의 투자가들이 삼천리 반도에 눈독을 드리고 있다면 누가 믿을까? 답은 그렇다가 맞다. 왜 돈께나 있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무엇 때문에 눈총을 쏘게 됐나 그것은 한반...
    Date2014.02.20 Byskyvoice Views1344
    Read More
  4. No Image

    덕률풍

    덕률풍, 애 업고 갓 쓰고 구경하는 거나 총 들고 구경하는 건 古今同 1876년에 벨이라는 미국 사람이 우리나라 말로는 덕률풍(德律風)이라는 전어기(傳語器)를 발명했는데 우리나라에는 1882년에 상운이라는 사람이 처음 도입 했다. 이때는 120m 거리에서만 ...
    Date2014.02.03 Byskyvoice Views2264
    Read More
  5. No Image

    안중근 의사 기념관 설치

    왜 중국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자기 땅에 설치했나!. 중국도 변덕쟁이? 한 중 관계는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정부는 흑룡강 성 하얼빈 역 귀빈실에 70평(2600sq)규모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극비리에 자비를 들여 설치하고 하...
    Date2014.01.30 Byskyvoice Views2337
    Read More
  6. No Image

    25달러로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 - 사회적 기업 사례 1 KIVA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소규모 사업이라도 해보고자 하지만 상업용 은행의 문턱이 높아 대출을 꿈꿀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1 년에 1억 7천 7백만불(1,878억 3,240만원) 이라는 큰 돈을 이런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 주고 있는 한 비영리 단체가 있다. 전 ...
    Date2013.12.04 Byskyvoice Views2963
    Read More
  7. No Image

    사회적 기업 (Social Entrepreneurship) - 간격을 메우라! (1)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개념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사례(case)들이 일어나 번지고 있습니다. 사실 학자들에게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일종의 운동 처럼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운동을 넘어서 한국의...
    Date2013.11.26 Byskyvoice Views2009
    Read More
  8. No Image

    내 나라 산과 바다 가을 여행 -형제는 용감 했다

    <육길원 주필 / 언론인> 전라북도 고창의 천년 고찰 선운사, 절 뒤뜰 마당 감 나무에 탐스럽게 익은 노란색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고향의 가을에 도취한 나는 함께 동행한 형님과 한 커트를 사진기에 담았다. 최근 한국을 다녀왔다. 팔순을 향해 돌진하는...
    Date2013.11.09 Byskyvoice Views2206
    Read More
  9. No Image

    육길원의 시사칼럼-전씨 일가의 죄와 벌

    전씨 일가의 죄와 벌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육길원/주필.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가 벌써 6개 월이 되었다. 비단 국민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 자신이 생각해도 그동안 나라 정세가 격랑에 휩싸인 배처럼 밀려오는 파고에 모르기는 해도 어...
    Date2013.09.30 Byskyvoice Views2031
    Read More
  10. No Image

    육길원의 시사칼럼 총으로 세운 나라는 총으로 망한다

    <육길원 주필 / 언론인> 총기공격은 전선 없는 전쟁터 73년 시카고에 처음 이민을 왔을 때, 저녁이면 가끔 전쟁터 처럼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났다. 이런 분위기는 그러지 않아도 낯설고 다른 세상에 직면해, 어리바리한 우리 내외를 공포에 질리게 하고 우...
    Date2013.09.27 Byskyvoice Views207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