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일가의 죄와 벌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육길원/주필.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가 벌써 6개 월이 되었다. 비단 국민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 자신이 생각해도 그동안 나라 정세가 격랑에 휩싸인 배처럼 밀려오는 파고에 모르기는 해도 어지럽게 달려온 세월 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몇달 동안 잘못한 일을 따져 보자면, 무엇보다도 인사문제와 국민화합을 위한 소통의 문제를 꼽을 수 있겠다. ‘윤창중’으로 상징되는 박근혜 스타일 인사, 유신과 초원복집 사건 주역 인물 등의 롤 백,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속수무책이 그것 이다. ‘촟불’의 귀추가 주목된다.
잘 한 일 이라면 정상외교, 개성공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죄에 대한 단호한 징벌 의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별히 새 정부 들어서 전두환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수사는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과 준법 차원에서 어느 정권도 하지 못했던 일을 처음 단행 해 국민들로 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를 꺼냈다. 그의 선거 공약인 복지를 위해서 세금 인상 보다는 지하 경제 양성화로 탈세를 억제하고, 세원을 발굴 하겠다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즉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지난 10년 이상 쌓여온 문제인데,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겨냥한 단호한 칼을 빼든 것이다.
돈에 눈이 먼 불쌍한 사람들
검찰이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사저를 전격적으로 쳐들어가 재산 압류를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 연일 대서 특필되고 있는 전두환 비자금 의혹은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아무리 광주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젊은이들을 대량 학살하고 장충동 체육관에서 ‘거수기’를세워 선출된 정통성 없는 정권이기로 서니, 돈에 눈이 먼 전씨 일가의 행각은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씨의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 동원되고 형제자매 조카 처가집(처남) 할 것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서로 주고 받고 숨기고 속이고 불리고 하는 천인공노 할 일에 ‘일사분란’하게 혈안이 되어 움직였다.
다시 박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국민들은 어렵지만 작은 세금이라도 내려고 노력하는데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경우가 있다. 일각에서는 상습적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등 사회를 어지렵혀 왔다. 이런 행위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민감한 사안이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손대지 못하던 영역 이다. 종전의 추징금법은 법의 의미를 상실한 형식적인 것이었다. 이번에 국회서 개정된 ‘전두환추징법’은 시효와 강도에서 훨씬 엄해졌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가령 수 조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김우중씨 같은 일반인 에게도 확대 된다니 더 지켜볼 일이다.
알토란 같은 내 돈 어디에
전 씨의 비자금 관리자인 처남 이창석씨가 구속 되었다. 비자금 ‘맞춤형 이전’ 정황이 확인 됐기 때문이다. 전씨 비자금 혐의 중 검찰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동산 부동산, 명화(미술품) 와 불상, 해외 은닉자금 등 등 엄청난 액수다. 확인된 채권 규모는 2130억, 결혼 축하금 명목으로 받은 채권만도 160억, 거액의 오산 땅 22만 3천평 가운데 일부 처분한 땅 값이 300억원 이며 세금포탈만 124억원 이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안양시 임야, 이태원 빌라, 강남 역삼동 빌딩 (매각), 한남동, 과천, 마포의 빌딩, 평창군 콘도, 서귀포 타운하우스, 시공사 파주 사옥, 레스토랑, 연천 허브빌리지, 해외에 빼돌린 자금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와이너리 1,000억원 짜리 (소유설), 버진아이랜드에 유령회사 설립 등등 비자금 의혹의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들은 거짓 변명 하기에 바쁘다. 전 전대통령은 전재산이 29만원 뿐이라고 강변했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 이고, “원래 재산이 많았다” 이순자씨는 선대로 부터 물려 받은 ‘알토란 같은 내돈’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자식들은 낼 돈이 없다고, 처남은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고 엄살이다. 검찰은 전씨 일가가 돈세탁을 위해 3만 개의 차명계좌가 동원 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인 ‘노우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를 망각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엄청난 배신과 실망을 안겨 주었다. 전두환은 ‘물태우’라고 비웃던노태우 만도 못하다. 그래도 ‘시심’을 지닌 마음 여린 노 전대통령은 투병중에도 가족이 서로 협의해서 조만간 추징금 230억원을 완납 하기로결정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이제 가족회의를 해서 1997년 대법원이 뇌물죄로 확정 판결한 추징금 2,205 억 중 76%인 미납금 1,672억원을 뒤늦게 다 지불 한다 하드라도, 그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범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 전씨 가족에게 남은 일은 파렴치한 범죄에 대한 단죄 뿐 이다.
추징금 완납과 단죄는 별개 퇴임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처럼 가난한 사람을 위한 집짓기 봉사활동(해비타트)과 주일학교 선생을 한다든가, 조지 H. W부시대통령 처럼 백혈병 어린이가 투병하는 데 용기를 주기 위해 삭발을 하는 등 국민과 애환의 교감을 나누는 아름다운 미담은 아니더라도, 존경 받아야 할 전직 대통령이 은퇴하고 난 후에 고작 한다는 일이, 옛날 부하들과 몰려 다니며 떼거리로 사치스런 골프나 치고, 부당한 방법으로 거둔 돈을 밑천으로 온 가족이 치부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국가 최고 권력자가 조폭처럼 검은 돈을 모아 대를 물리며 부귀영화를 누리려 한 것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모독이며 수치다. 전씨 일가는 너무 많이 해먹어 국민 에게 피해를 입히고 사회 기강을 해친 대역죄를 범했다. 정상 참작이나 타협은 있을 수 없다. 미국처럼 법은 단호해야 한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주의 블라고야비치라는 전 직 주지사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던 해 공석이 된 상원 의석을 놓고 돈을 먹은 것도 아니고 단지 매관매직 운동을 한 죄로 감형 없는 17년의 형벌을 받았다. 한국사회에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 자업자득이다. 전씨 일가는 겸허한 마음으로 역사와 정의의 이름으로 죄에 값을 치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