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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 김광정 교수>

 

컬럼비안 박람회는 폐막일인 18931030일에도 행여 이 박람회를 놓치고 두고 두고 후회할 지 모른다고 생각한 75천명의 군중이  모여 들었다고 한다. 75천명의 관람객 가운데, 바로 그날 아침 시카고에 도착한 영국인  윌리엄 스티드 (William Stead)가 있었다스티드는 유럽에서는 잘 알려진 사회 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언론인이며 목사이다. 런던에서 미국의 언론 연구를 위해 그가 들른 곳이, 우연히도 박람회 폐막일의 시카고였다박람회에 흠뻑 매료된 그는 박람회가 철거될 것이라는 소식에 ‘Save the White City’ 캠페인을 벌인다.

 

그가 선택한 캠페인 방법은, 그 당시 시카고의 정치 지도자들, 재력가들, 종교 지도자들, 소상인들, 가난한 노동자들, 폭력배와 매춘부 등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두루 인터뷰하여시카고에서 하루 하루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는 목사답게기독교인이면 마땅히 가져야 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며, 1894 2월에  “만약 그리스도가 시카고에 왔었다면!  (If Christ Came to Chicago! A Plea for the Union of All Who Love in the Service of All Who Suffer)라는 책을 출판한다. 출판 당일에 7만권이 팔린 이 책에서 저자 스티드는, “만약 그리스도가 시카고에 왔었다면 백만장자를 롤 모델로 삼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부자가 되려는 많은 사람들을 보시고 분노의 채찍을 드셨을 것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스티드가 ‘Levee’라 불리던 시카고의 홍등가를 얼마나 적나라하게 파헤쳐 놓았던지, 시카고 트리뷴지는 이 책을 죄악의 주소록 (Directory of Sins)’이라 불렀고, 책 겉 표지 (사진참조)성전청결하는 예수와 함께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시카고의 대사업가들의 얼굴을 성전 장사치의 얼굴에 대입시켜, 부자들이 이 책 출판을 저지하려다가 실패하여, 출판된 책들을 모두 사들였다는 믿기 힘든 일화도 있다. 이 책에서, 스티드는 부자들만 혹독하게 비난한 것이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도 혹평하였고, 반면에 술은 팔지만 지낼 곳이 없는 이민자들에게 잠잘 곳을 허락하는 술집 주인들이 기독교 형제애를 훨씬 더 잘 실천하고 있다고 기술하였다.

 

그러므로, 그가 보존하고자 한 것은 컬럼비안 박람회의 외관상 모습이 아니고 박람회의 정신, 즉 여러 다른 그룹들이 화합하여 사는 조화로운 도시생활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책은 시카고를 발칵 뒤집어 놓는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의도하였던 도덕 개혁 (moral reform) 운동에는  그리 큰 효과는 없었지만, 퇴폐 유흥 업소를 뇌물을 받고 묵인하여 준 시의원들을 폭로하여 정치 개혁의 불씨가 된다.  1896년 초 시카고 선거권자 협회 (municipal voters’ league)가 조직되어, 상습 뇌물수수 시의원 낙선 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였고,  1896년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정직한 정치인이라는 인증을 시작하여, 새로 선출된 36명의 시의원 중 26명이 선거권자 협회에서 정직한 정치인 인증을 받았다고 하니, 어느 정도는 성공한 듯 하다.

 

이렇게 컬럼비안 박람회 이후에 얼마동안 시카고에는 도덕 (moral), 정치 (political), 공공 (civic) 개혁 운동이 꾸준히 일어났다. 개인적인 도덕 개혁을 강조한 운동은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정치개혁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공공 개혁을 제외하면, 장기적인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던 것 같다공공 (서비스) 개혁 (civic service) 은 상하수도, 소방시설 등의 공공 서비스를 향상하여 시카고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1893년에 저격 당하여 사망한 아버지를 이어 시장이 된 카터 해리슨 2세  (Carter Harrison, Jr.)가 몰두하였던 개혁이다해리슨은  공공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의 청교도적 이미지를 타협할 정도였는데, 자신의 마지막 재임기간 경찰을 Levee에 투입시켜 홍등가 해체를 시도하기도 했다.

 

시카고에서의 개혁 활동을 살필 때,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제인 아담스 (Jane Addams) 1889년에 시작한 훌하우스 (Hull House)이다많은 이민자들, 특히 여성들이 영어가 부족하여 당하는 부당한  차별 대우를 목격한 아담스는 대학친구 스타 (Ellen Starr)와 함께 할스테드길에 있던 촬스홀의 집에서 영어 고전감상 프로그램을 열기 시작했다이 프로그램은 초기부터 이민자들의 호응이 아주 뜨거워서 확장을 거듭하였고, 곧 이어 유치원, 탁아소, 재봉 클라스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첨가하여 이민자들을 돕게 된다시카고 최초의 어린이 놀이터가 마련된 곳도 훌하우스이다. 물론, 시설도 한 블락을 다 차지할 정도로 커지게 된다

 

이렇게 전형적인 자선 사업으로 시작된 훌하우스이지만, 구체적인 법 제도 마련에도 참여하였다. 예를 들어, 시카고 주택가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터, 정기적인 쓰레기 수거, 여성, 미성년자들의  8시간 노동법 등이 훌하우스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법조례들이다

또한, 아담스는 동료였던 래드롭 (Julia Lathrop) 과 플라워 (Lucy Flower)와 함께 시카고의 청소년 법원 (Juvenile Court)의 창설을 주도하였다. 훌하우스가 너무 여성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아담스는 일부 시카고 상류층 여성들의 절대적인 후원 하에, 이민 여성들,  특히 결혼한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도왔으며, 그들이 겪는 여러 차별에 대한 법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시카고 지역 뿐만 아니라훌하우스에서 ‘Settlement House Movement’ 와 같은 또 다른 개혁 운동이 시작되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도 하였다.  1935년에 사망한 제인 아담스는  훌하우스 운동으로  1931년에  미국인으로 최초로 여성 노벨 평화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시카고 인구가 백만 명이 넘고 미국의 제2도시가 되면서 시작되는 19세기 말, 시카고의 개혁 운동의 배경에는 대대적으로 유입되는 동유럽, 남유럽 이민자들이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도시 생활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영어나 미국 시스템도 몰랐으며, 급하게 진행되는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이나 기술도 없었다이러한 이민자들이 시카고에서 맞닥뜨린 것이 규제되지 않은 시장 자본주의였으니, 그 당시 이민자들이 겪었을  어려움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컷었다이들을 주로 도왔던 훌하우스가 법제정에 힘썼던 이유를 알 듯하다.

 

전반적인 시카고의 당시 개혁 노력에 대하여는 상반된 평가들이 있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9세기 말에서20세기 초에 걸친 시카고에서 있었던 개혁 운동은 기업체에 대한 규제나 개혁은 아니였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는 빈대를 없에야 한다고 초가삼간 태우겠나?’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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