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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jpg

 

<박영호 교수 / 전주 한일장신대>


미국 때는 한국에서 무슨 영화가 뜬다 하면 냉큼 달려가서 보고 페이스북에 자랑하는 사람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오니 영화 보러 시간이 없다. 방학 마지막 , 한국 와서 처음으로 극장에 갔다. “암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결혼식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웨딩 드레스를 입은 안옥윤이 강인국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만주에서 언니는 죽였습니까? 라고 묻는 대목이었다. 강인국은 어리둥절해 한다. 여기서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 이런 말을 정도로 담담하게 있는 이라면 무슨 일이든 못하랴! 서늘한 카리스마다. 독립군 진지를 떠나오던 밤에 빨리 떠나자고 재촉하던 염석진을 설득해서, 기관총잡이 명만 잡고 가겠다고 하던 서늘함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냉정함이 최고의 스나이퍼를 만든다. 우리가 기대하던 카리스마다.

 

우리는 명연기하면 쌓였던 분노나 울분을 폭발적으로 토해내는 장면에 익숙하다. 설경구가 떠오른다. , 카리스마의 대명사는 최민수 아닌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하도 자주 폭발해대서, 천하의 골치거리가 그런 카리스마. 누군가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고 했다.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지 못할 임계점에 이르거나,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 너도 나도 거리로 나서면서 민주주의를 발자욱 진전시킨다. 정서의 폭발적인 힘이 역사 진전의 동력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불을 붙일 있는 능력이 고전적 카리스마이다.

 

이런 점에서 안옥윤의 서늘한 카리스마는 별종이다. 영화에서 진원은 어머니의 DNA 같다. 영화 초반에 화면을 압도하는, 어머니의 대담한 승부수는 남편 강인국의 살해 지시로 실패로 돌아간다. 어머니가 지략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악의 가공할 만한 잔인성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일파 강인국은 영화 내내 관객들이 설마…” 하는 지점을 쉽게 넘어서 버린다. 잔인성은 훗날까지 그의 수하에게 인생의 성공 비결로 해석되며, 존경할 자질로 칭송된다. 대개 선한 사람들은 악한 이들의 집요함, 잔인성, 비겁함, 치졸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하다 그만두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영화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한 장면이 염석진 단죄가 좌절되자 재판장이 의사봉을 내팽개치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게 바로 우리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분노하지만, 대개 그러다가 만다. 그러나, 악은 기득권을 잡고 그것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치밀하고 집요하게 행동한다. 아직도 한국 최상층 사회가 친일파와 후손의 놀이터라는 사실을 달리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다행히, 죽은 어머니는 딸을 통해 진일보한 모습으로 돌아 온다. 딸은 어머니를 죽인 잔혹한 아버지에게 승리하는데, 승리의 원인은 엘리베이터에서 딸을 죽였느냐고 물어 있는, 차분한 냉담함이다 --물론, 스나이퍼도 결정적인 순간에 감정이 흔들리며 우리를 안타깝게 하지만. 냉담함은 선한 캐릭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우리의 선함이 대개 감정적으로 고양된 상태에서만 발휘되는, 지속하기도 힘들고, 관리도 되고, 전략적이기는 더더욱 힘든 것임을 알기에 절실한 캐릭터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크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나지막한 목소리로도 사람을 움직일수 있으리라. 목소리는 이미 오랫동안 스스로와 싸우고 자신을 누르기도 하고 일정한 목적을 향해 자신의 삶을 복무시켜 영혼에서 나온 것이기에.

 

아쉽게도 우리는 그런 지도자를 알지 못한다. 안타깝다.  그나마 영화를 보면서 위안이 것은 명우가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순간이었다. 선한 의지는 있으나, 객관적인 실력도 그리 출중하지 못하면서 --환상적인 주인공들에 비하면--, 정에 이끌려 일을 그르치는 답답한 인물. 나라 양심 세력들의 평균치를 보여주는 인물 아닌가 싶다. 어영부영, 하는 짓으로 보아서는 벌써 멸종되었을 법한 이들이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기적이다!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고, 자기 목소리로 말하지도 못하는, 깊은 패배의 상처를 안고 있는 민주세력의 초상이다. 


어쨌거나, 명우는 손으로 친일파를 단죄한다. 그러나 혼자서는 된다. 안옥윤의 도움이 필요했다. 땅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 차분한 열정, 서늘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말로 읽으면 지나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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