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돌

by 이태영 posted Jan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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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민.png

어디에서든지 깨지지 말아라.

아무 곳에서나 구르지 말아라.

다시 만날 조각돌 햇살을 위해 비를 참아내며

누웠다 다시 일어나는 억새보다 바람을 참아내어

그냥 작은 꽃 옆에서 같이 비를 맞아주고

같이 바람을 맞이하는 돌이 되어라.

-정여민(초등학교 6학년)-

23년 전통의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무려 8041: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탄 학생

초등학생이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 글의 주인공은 정작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요.” 경북 영양군 아주 깊은 산골 마을에 살고 있는 정군은 동생과 함께

알아서 장작도 패고 대자연과 어울려 사는 시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시골로 들어온 것은 2년 전,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어머니에게 갑자기 찾아온 흉선 암

이란 병 때문입니다. 가족들에게 행여나 짐이 될까 혼자 산속으로 가려 했던 엄마, 하지만 엄마는

여민이의 한마디에 마음을 돌렸습니다. “엄마, 내가 지금보다 훨씬 잘 할 테니까 떠나지 말아요.”

그렇게 시작한 시골, 아니 산골 생활. 가슴 아픈 이유로 시작했지만 함께 고구마를 먹고, 함께 산책을

하고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여민이와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러나 평화롭게만 보이는

일상 속에서 어머니에게 고통이 불쑥불쑥 찾아올 때면 여민이의 가슴도 찢어질 듯 아파옵니다.

그럴 때마다 여민이를 위로하는 벗은 책이었습니다.

안 좋은 생각을 잊기 위해 잡은 책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나마도 몇 권 없는 책이기에 10번 씩 읽으며 그렇게 행복과 아픔이 늘 공존하는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하는 여민이. “엄마가 돌처럼 단단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여민이가 사랑하는 엄마가 암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길 바라며 위와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출처:모빌. 페이스북-스브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