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by 이태영 posted Nov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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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jpg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시장 어귀에 줄줄이 늘어선 좌판들 틈에 어머니의 생선가게가 있습니다. 가게라지만 사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길목에 한 뼘도 안 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좌판입니다. 어머니는 길거리에 생선박스를

내려놓고 오늘도 힘껏 소리치십니다. 어머니는 탁탁 생선을 토막 내 손님들에게 팔았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생선을 두어 상자씩 받아다 팔아 자식 다섯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셨습니다.

“한 마리 사. 내 싸게 줄게. 고춧가루 팍팍 풀고 맛나게 끓여 드셔.”

“아주머니 많이 파세요.”

단골이 하나둘씩 늘어났지만 궁색한 형편을 벗어날 순 없었습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어머니를

따뜻하게 해 줄만한 것은 연탄의자뿐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변변한 외투 하나 없이 한데서 겨울

을 나고 감기가 떨어질 새 없었지만, 자식들 앞에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궁상맞은

나날을 지켜보는 게 끔찍이도 싫었던 나는 서둘러 결혼해서 집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오랫

동안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느라 지쳐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갔던 날, 어머니는 오랜만

에 찾아온 딸을 괘씸타 않으시고 기쁘게 맞아 주셨습니다.

“아이구, 이 추운 날 네가 어쩐 일이냐?”

그대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아따, 딸만 춥고 엄마는 천하장산감?”

“에이! 원 별소리를 다하네.”

옆 가게 아주머니의 말씀에 어머니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화를 내셨습니다. 그 말에 처음으로 어머니

의 옷차림을 찬찬히 뜯어본 나는 그만 목이 메었습니다.

“엄마... 목에다 왜 비닐을?”

“니가 몰라서 그러지 바람 막는 덴 비닐이 최고다.”

어머니는 생선을 담아 파는 비닐을 목에 더 단단히 묶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목도리 하나 사 드리지 못한 내가 부끄럽고 한심해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 길로 가서 털목도리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달려가 털목도리를 둘러 드렸습니다.

“돈도 없는데 뭐 하러 이런 건...”

그 작은 털목도리 하나에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엄마 딸이 설마 목도리 하나 살 돈 없을까......”

그날 나는 생선비린내가 밴 어머니의 비닐목도리를 손에 꼭 쥔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는 게 힘겨울 때마다, 좋은 집, 좋은 옷, 맛난 것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고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서

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굿모닝~!!!!

첫눈 내린 시카고에는 폭설로 인해 설국을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고향 같은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자식을 위해 희생합니다.

당신에게 대해서는 지독히도 인색하고 자식에게는 더 귀한 것 못 줘서 안달하는 어진 마음,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위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