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7 10:18

아침편지-빈 배

(*.13.77.128) 조회 수 21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빈 배.png

빈 배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히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토마스 머튼 번역)-

 

굿모닝~!!!!!

사람과의 문제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없다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이 상대방이 있을 때 문제가 됩니다.

빈 마음, 나를 비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며칠 전 바둑을 두다가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상대방이 내가 담아 놓은 돌 통을 보더니 언제 그렇게

많이 따 먹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따 먹은 장면이 있지 않느냐 했더니 확인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임의로 따낸 자리에 메워놓고 열 개 정도 남은 돌을 자기 통에 넣으려는 것입니다.

바둑은 종반이라 그동안 패싸움해서 먹은 것이라고 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고 우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내가 사기라도 쳤느냐 했더니 그렇다는 겁니다. 마침 옆에서 관전하던 분이 있어서 보는 분도

있는데 될 법이나 되는 소리냐고 했더니 상관없다는 겁니다. 까짓 열 개 정도 돌려줘도 바둑은 내가

많이 이기고 있지만 돌려주면 사기 친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지라 버텼습니다. 하도 떼를 쓰기에

결국은 언성이 높아지고 바둑판을 엎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스무 살 정도 많은 노인이

었지만 정도를 벗어난 꼴을 볼 수 없는 제 본성이 작동해서 일이 커졌습니다.

방귀뀐 놈이 성 낸다고 그 분은 그 분대로 분이 나서 제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혼자서 명국을 늘어놓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있고 또 자기가 설정해 놓은 기준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화가 납니다. 그러면 내 기준은 무엇일까요? 정도에서 벗어나도 눈감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우리는 왜 없을까요? 화목하고자 하면 내 기준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수긍해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마치 나 혼자 있을 때 일어난 일처럼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관조해야 합니다.

지관(止觀)이라는 호를 가진 분이 생각납니다.

모든 상념을 끊고 사물을 진리에 입각하여 지긋이 바라 보는 것 이라는 뜻입니다.

그 마음을 가져야겠구나 하며 반성하는 요즈음입니다.


  1. 아침편지-빈 배

    빈 배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히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
    Date2015.02.17 By이태영 Views2185
    Read More
  2. 아침편지-고수가 되자

    고수가 되자   굿모닝~!!!!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무인고도에 와 있는 경우에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스물여섯 살 즈음 지리산 천왕봉에 등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상에 올라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하산하게 되었습니다. 한 낮쯤 되었을 때...
    Date2015.02.15 By이태영 Views2640
    Read More
  3. 아침편지-"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이야기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이야기   서로가 너무도 사랑했던 연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남자는 갑자기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고 불행하게도 그는 전쟁터에서 그만 한쪽 팔과 다리 한 쪽을 잃는 큰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 불구의 모습으로 그토록 사랑하...
    Date2015.02.12 By이태영 Views2345
    Read More
  4. 아침편지 : 난 부탁했다

    난 부탁했다 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겸손해 지는 법을 배우도록. 나는 신에게 건강을 부탁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허약함을 주...
    Date2015.02.10 By이태영 Views2983
    Read More
  5. 아침편지-웃음과 눈물은 유해불질을 배출한다

    웃음과 눈물은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챨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비극이지만 멀리 떨어져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했다.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채플린이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지켜낸 인생관이라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이다.   어려움을 ...
    Date2015.02.08 By이태영 Views2797
    Read More
  6. 아침편지-한 번에 한 사람

    한 번에 한 사람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
    Date2015.02.07 By이태영 Views2444
    Read More
  7. 아침편지-도전하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강하다

    도전하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강하다   사회학자 수잔 코바사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세 가지 성격 요소로 3C [Commitment (참여), Challenge (도전), Control (조절)] 를 꼽았다. 직장이나 모임에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교회나 절에서 적극적으로 봉...
    Date2015.02.03 By이태영 Views2767
    Read More
  8. 아침편지-사랑은

    사랑은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오스카 햄머스타인-   굿모닝~!!!!!! 세상에는 ...
    Date2015.02.02 By이태영 Views2663
    Read More
  9. 아침편지-두 사람

    두 사람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
    Date2015.02.01 By이태영 Views2073
    Read More
  10. 아침편지-시 전집을 읽으며

    시 전집을 읽으며   한 시인 일평생 써 내린 시 전집을 몇 시간 만에 읽어내린다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썼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뇌하며 썼을까   일평생의 사람이 단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있다니 삶이 너무나 짧고 단순하다   시를 읽노라면 시인...
    Date2015.01.31 By이태영 Views27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64 Next
/ 64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