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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22:48

눈을 치면서 / 조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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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보라.jpg


<조현례 / 아동문학작가>

 

아들 오피스 (치과) 가기로 날인데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니, 우리가 겁을 내고 안에만 갇혀 있으려고 하는데, 눈이 지금은 사쁜사쁜 내린다.  저렇듯 순결하게 보이는 새하얀 눈을 보면 젊었을 때엔  얼마나 낭만적이었던가.

남편은 20여년 전부터 심장이 약해져서 치지 않았던 눈을 지금  나가서 치우고 있다. 마치 어릴 눈이 오면 무조건 밖으로 뛰쳐 나가곤 하던 때를  회상하듯. 엊그제 처럼 2인치 정도의 눈인줄 알고  얕잡아 보고 장난삼아 치울 수도 있다고 생각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강아지와 둘이 눈싸움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그동안 사위가 런던으로 출장을 가서 장작 쪼개 사람이 없어 며칠 난로가에 앉아서 화부 노릇하면서 세월 가는걸 즐겼었는데 말이다. 기분은 자기가 30 청년 되는 아는 걸까.

그래도 나는 불안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딸네 사서 함께 살러 뉴욕으로 갔다더니 눈치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대…”

설마 그런 얘기를 남겨 놓고 떠나고 싶어서는 아니겠지.

년만의 눈이라 했던가. 이번에 뉴스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12-18인치의 눈이 온다는건 알고 있다. 어제 저녁 옆집 눈치우는 사람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한바탕 치우기는 했지만 그때 까지 눈은 6인치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보다는 훨씬 적게 쌓였다지만 시야에는 온통  눈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어제 밤에 치워준 사람들한테 전화하고 연락을 해보려 했으나  허탕만 쳤다. 하긴 단골들만 치워주기에도 너무 바쁜 일손일 게다.

우리는 포기하고 식구가 동원 되어 눈을 치우기 시작했었다. 12 되는 11살짜리 손자가 가장 일꾼이다. 7 짜리는 눈싸움 있을 거라고 생각 했음인지 신바람이 나서 달려 들었지만  지구력이 없다. 딴청만 하고 싶다. 속에 파묻힌 램프라든가, 치우는 연장으로 장난만 치고 싶다. 딸은 내일 런던에서 신랑도 오고 친한 친구들이 온다고 집안 청소하고 시장 오기 바쁜가보다.

그래서 나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나갔다. 앓느니 죽지처음엔 몸이 가벼웠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삽질이 힘에 버거웠으나 아직은 눈이 사쁜사쁜 오고 쌓인 눈이 무겁게 눌려 있지 않아서 재미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마치 평생 없었던 ,아니 하면 안되는 어떤 타부시해 것들을 깨뜨리고 저질러 보는 기분이랄까, 신이 나서 연거푸 삽질을 했다. 그랬더니 웬걸 , 얼마 가지 않아서 가슴이 뻐근해 왔다. 겁이 더럭 났다.

쉬자 !”

남편은 그러나 들은 척도 않는다. 80 노인장 답지 않게 꾿꾿하게 삽질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튿날 식구같은 딸의 친구 둘과 사위가 들이 닥쳤다. 그들은 은근히 속으로 두려웠을거다. 눈사태로 덮혀 있을 차도를 상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모두 온식구들이 닦아놓은 우리집 차도를 마치 승승 장구하는 젊은이들 답게 쉽게  쉽게 올라와서 마냥 즐겁게 먹고 마시며 집에 이사 것을 축하해 주며 행복해들 했다.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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