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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에 개관한 이뤄쿼이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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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쿼이 극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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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12월 30일 화재 직후의 이뤄쿼이 극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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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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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앞 길가에서 후송을 기다리는 시신들

 

 

 

<김 신 교수>

 

 

시카고 다운타운 (Loop), 21세기 지금도 저녁 어스름이 지면 유령이 출몰한다는 루머로 인해 사람들이 피해 다니는 죽음의 뒷골목 (Death Alley)’이 있는 것 아시나요? 어디일까요? ‘시카고의 브로드웨이로 불리는 시카고 시청 근처의 랜돌프 (Randolph) ,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극장인 오리엔탈 극장 (Ford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Oriental Theatre, 24 W. Randolph) 건물 뒤편 골목이죠. 항상 관객이 드나드는 연극 극장 건물에 어쩌다가 이런 소름 돋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죽음의 뒷골목이라는 명칭은 1903 12 31일 시카고 트리뷴의 헤드라인 기사에서 연유했는데, 언론이 극장을 망하게 하려고 이런 무서운 별명을 붙인 것이 아니라면, ? ‘죽음의 뒷골목헤드라인의 근거를 살펴보자.

 

1903 1127일 월요일, 다운타운 24-28 West Randolph에 대형 호화 극장 이뤄쿼이 (Iroquois Theatre)가 팡파르를 크게 울리며 개관했다.  6층 높이의 웅장한 로마풍 건물 외관은 화강암이고, 들어서면 60피트의 높은 천장과 대리석 계단이 감탄을 자아내고, 내부는 흰 대리석, 마호가니 목재, 벨벳 등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는 초호화 극장이다.  관객 정원은 넓은 층계로 연결된 1-3층에 걸쳐 1,600 혹은 1,800명이다. 무대 뒤 (backstage) 공간도 아주 넓어서, 분장실 (dressing room)5층에 걸쳐 있어 배우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무대로 이동했다. 언론은, ‘시카고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극장으로 미 전국에서 이에 버금가는 극장은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며 시카고의 자존심을 한껏 부추겼다.  그뿐이랴! 이 극장은 비상출구가 무려27, 무대 커튼도 내연재로 만드는 등 완전 방화 (absolutely fireproof)’의 시설이다. 당연히, 개관하자 곧장 반드시 가봐야할 곳 (must-see)’으로 자리매김했고, 개관 기념 공연이었던 뮤지컬, “Mr. Bluebeard “ (Grimm의 동화를 뮤지컬로 개작한 것)는 연일 관객들로 붐볐다.

 

개관 5 (5 weeks)가 되는 1903 12 30일 수요일, 바람도 세고 매섭게 추운 날씨이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로 방학 중이어서, 이 날의 낮 공연 (matinee) 에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이 유명한 동화 뮤지컬을 이 아름다운 극장에서 1903년이 다 가기 전에 보여주고 싶은 수많은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과 아동 관객이 몰려들었다. 얼마나 많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1,800장의 좌석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standing-room only 티켓이 많이 발부되었다고 하니 2천명은 족히 되지 않았을까? 관객 외에도, 배우, 엑스트라, 오케스트라 등 공연에 동원된 인력만도 4백명이었다. 한 마디로, 극장 안이 사람으로 완전히 꽉 차 있는 느낌이었으리라. 사람이 너무 많아 좀 답답하기도 했겠지만, 무대 위의 공연은 아주 훌륭해서 연말연시 선물로는 최고!’ 엄지척, 모든 관객들이 공연에 푹 빠져 있었다.  

 

뮤지컬의 2, ‘옅은 달밤의 약속의 매혹적인 댄스가 펼쳐지고 있던 오후3 15분경, 달밤 풍경을 위해 조명이 거의 꺼져 있는 상황에서 무대 커튼 꼭대기에 작은 불꽃이 나타났다.  관객들은 조명이겠지 했지만, 조명 기사들은 무대 꼭대기에 매달려 있던 전등이 커튼에 닿아 시작된 불꽃이 오일 페인트 범벅인 캔버스 무대 풍경 장치에 옮겨붙는 것을 보고, 나무장대를 이용해 불을 끄려 하였다. 그 와중에 커다란 불똥이 나무로 된 무대 위에 우수수 떨어지면서 공연이 중단된다. 그 사이 불이 붙은 무대 커튼에서, 그리고 무대 장치에서 내뿜는 매캐한 연기가 극장 안을 메운다. 깜짝 놀란 관객들은 먼저 빠져 나가려고 아우성이고, 공연을 하던 자들도 무대 뒤의 비상 출구로 몰리는 등, 극장 안은 그만 아수라장이 되었다. 분장실에서 이 소란을 들은 이 날의 주인공 Eddie Foy가 나서서, 이 극장은 fireproof이고 비상출구도 27개나 갖추고 있으니, 질서를 지키자고 호소한다.  소동이 진정되는 듯한 것도 잠시, 공연자들이 몰려간 무대 뒷쪽의 비상구가 열리면서 시카고의 거센 겨울 바람이 극장 안으로 확! 불어 닥쳐 극장 안의 화재는 더 커지며 통제 불가능이 된다. 

 

그리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필사적으로 비상출구로 향하는데, ‘하나님 맙소사!’  비상 출구의 표시가 두꺼운 천으로 가리워져 있어 비상구 찾기가 힘들었고, 그나마 찾은 출구도 밖에서 자물쇠가 잠겨 있어 열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쩐 일로 비상출구를 안에서 열 수 없게 했지?  입장료를 낸 관객이 극장 밖의 친구들에게 문을 열어 주어 몰래 들어오게 할까봐 그랬다고 한다. 공연자들이 몰려간 무대 뒤의 비상출구도 아우성 소리를 들은 지나가던 행인이 망치로 자물쇠를 부수어서 열었다고 한다. 이렇게, 출구마다 밟혀 죽은 시신이 층층으로 쌓였고,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와 나가려던 사람들은 층과 층을 막아 놓은 철문 앞에서 밟혀 죽기도 하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1903 12 30일의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공식적으로는605(현장 사망자는 575, 후송된 병원에서 사망은 30), 특히 아동들과 여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생존자들 대부분은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들의 소리와 어머니를 찾는 아이들의 소리 환청으로 일생 시달렸고, 시카고 소방관들은 공연장 문을 열고 살아있는 사람 있나요? (Is there any living person here?)’ 소리 쳤는데 적막한 묵묵부답만 돌아왔다는 증언을 하였다. 하다못해, 극장 앞 길가에 놓인 시신들을 보던 행인들도 헛구역질하였다.

 

해리슨 (Carter Harrison, Jr) 시장과 시의회는, 우선 시카고의 모든 극장을 6주간 문 닫게 하고, 극장 관계자와 시청 공무원 몇 명에게 책임을 물어 기소했다. 예상했던 대로, 형사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고, 경제적 피해자 배상도 없었다고 할 정도로 미미했던 이 화재는 지금까지도 시카고에서 일어난 한 (1) 빌딩의 화재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는 이 화재로 인해 건물마다 비상구 (Exit) 표시가 내부 (관객석)에서 보이게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비상구는 안쪽에서 열수 있게 하는 등 건물 조례를 강화한 첫 도시가 되었다.  그나마, 결코 발생하지 말았어야 했던 끔찍한 화재의 조그마한 긍정적 효과 (silver lining)로 여겨 위안을 받을 수밖에.

 

1903 12 30일의 화재로 이뤄쿼이 극장은 성대한 개관식 5주만에 폐업했으나 건물 자체는 대체로 별 피해가 없었기에 후에 콜로니알 극장 (Colonial Theatre)으로 변신을 꾀했으나 실패. 극장 건물은 화재 발생 25년 후인1928년에야 헐렸고 그 자리에 오리엔탈 극장이 자리잡았다.  현재 시청 청사에 작은 동판이 남아 있으나, 이제는 1903년의 화재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죽음의 뒷골목이라는  명성만은 여전해서 극장 관계자들도 해가 지면 이 뒷골목은 통행금지.’  

 

다음 컬럼 (시카고역사 #30)에서는 미국 영화 산업에 연관된 시카고의 일급비밀 (the best-kept secret) 하나다름 아닌, 20세기 초 10년 간 시카고를 미국 영화 산업의 헐리우드 (Hollywood)’로 만든 시카고의 에세네이 스튜디오 (Essanay Film Manufacturing Co.)를 살펴보겠는데, 그전에 질문 하나 드린다:

 

미국의 영화 (motion picture)산업은 누구의 주도하에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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