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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동정녀.jpg

 

<김영언 변호사>

 

 

여자가 머리에 쓴 것을 벗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자는 그 머리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에 써둔 말이다 (*저자주: 고린도전서 11 5). 유대를 포함한 소아시아와 중동지방에서 결혼한 여자는 관습상 머리를 가려야 한다. 훗날 이런 관습이 없는 지역에서는 바울의 권면을 무시하게 될런지는 몰라도, 유대인이기도 한 바울의 이런 말씀은 지금 기독교회의 혼란을 반증하고 있다.

 

기독교가 유대를 벗어나 세계 종교가 되면서 일어난 혼란은 그뿐이 아니다. 예배는 언제 드려야 하는가.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유대인의 안식일, 그러니까 한 주의 마지막날에 모여 예배한다. 그런가 하면, 예수가 부활한 안식일 다음 날에 모여야 한다는 이도 많다. 어느 것이 맞다고 정해줄 권위자도 없다.

예배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예수는 새로운 믿음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남기었으나 예배의 형식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식 이외에는 별도의 지시를 남기지 않았다. 유대교의 엄격한 유월절 율법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예수의 언행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성향이 커져 가고 있다. 회당에 모이지 않고 몇몇 가정에 모여 성경을 회람하고 지도자가 강독하고 기도한 뒤, 함께 식사를 하는 방식으로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바울의 고린도서신에는 이 공동식사에 이미 빈부의 차이가 드러나 있고 술에 취한 채 성찬식에 참여한 모습에 대한 지적도 보인다 (*저자주: 고린도전서 11 21).

 

베드로와 요한이 성령에 충만하여 전도한 초기 시절, 따르는 이들은 소유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들은 예수가 그들의 생전에 구름을 타고 이 땅에 재림할 것으로 굳게 믿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나자 열정과 기대가 사라지고, 이제는 예수가 말했던 재림은 성령의 강림을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조용히 힘을 얻어간다. 기독교회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교회가 커지면서 순수한 신앙공동체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원받은 인간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불완전하며 교회 안에는 구원받지 못한 이들도 가득하다. 바울의 조심스런 권면에서 신앙의 자유를 만끽하는 성도들에 대한 유대출신 랍비의 본능적인 불안감이 느껴지는 건 내 괜한 생각일까.

 

<그림 설명>

제목: 기도하는 동정녀 (1640-1650)

작자: 죠반니 바티스타 살비 (Giovanni Battista Salvi:1605-1689)

규격: 캔버스에 유채 (73X58cm)

소재지: 영국 런던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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