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31 01:57

선인장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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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에핀꽃.jpg

 

 

 

<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참 신기하네요. 교회 로비에 있는 조그만 화분에서 자라는 선인장에 꽃이 피었습니다. 도시 촌놈이라서인지 선인장에도 꽃이 핀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 기억은 없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나도록 신기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꽃이 핀 선인장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을까 생각해 보니 기대 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는 용기가 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꽃이 핀 선인장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참 놀랍다는 생각 속에 그동안 잊고 살았던천사들의 찬양이 다시금 보이고 들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가뭄으로 인해서 교회 잔디가 온통 누렇게 말라 버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발로 밟으면 바삭하니 부서져 버릴 정도로 말랐던 잔디가 9월 들어 한주간 정도 비가 내리니 언제 그랬나는 듯 파아랗게 되살아 나는 것을 보면서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죠.

사무실 창 밖에 앙상한 모습으로 서 있는 두 그루의 크랩애플 나무가 눈에 들어 옵니다. 지금은 저렇게 빈 가지만 죽은 듯 남아 있지만 매년 봄이 되면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분홍빛 꽃으로 가득 차는 나무로 살아남을 새삼 기억하면서,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아 보일 때에, 잊혀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의 역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되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해 봅니다.

중국에서 문화혁명으로 기독교 핍박이 심해졌을 때 교회들이 다 문을 닫게 되어 중국에서의 오랜 선교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때 지하로 숨어 들어간 교회들은 오히려 가정 교회로 전환하면서 보여지지 않은 가운데 크게 부흥하는 기회가 되어서 1976년 문화혁명이 끝났을 때 중국의 교회가 오히려 부흥한 모습으로 드러나 그동안 중국 교회를 걱정했던 선교사들을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듯 땅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아 우리에게는 죽은 것 같은 것도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 가운데 절대 죽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의 때를 기다리며 더욱 든든히, 더욱 깊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새삼 기억하며, 희망의 용기를 가져 봅니다.

얼마 전에 좋은 시귀 하나를 읽게 되었습니다. 영어로 “withering into truth” 라는 구절인데 한국말로는진리를 향해 시들어가는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 가면서시들어 간다 (withering)” 고 생각하는데 그 시들어 감이 그냥 힘없이 죽어 없어져 가는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연륜 가운데 조금 더 깊은 진리와 지혜의 자리, 삶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은혜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성장하는 것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늙어 가는 것도, 시들어 가는 것도 좋은 변화라는 것이죠.

지난 한해 동안 우리는 모두 코로나로시들어 가는경험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우리의 행복지수, 자신감, 긍정적인 마음 등 모든 것이 시들어짐을 경험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그랬던 모든 것이 오히려 나무가 비록 보이는 이파리들은 다 떨구었지만 보이지 않은 땅 속 깊은 속에서는 더 깊이 뿌리를 내리며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살아남고, 오히려 성장하듯 ... 그렇게 더 나은 깨달음과 더 풍성한 열매를 위해서 “withering” 한 시간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사랑하는 살렘 가족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고생도 많고 수고도 많으셨죠! 잘 견뎌 내셨고, 잘 버텨 내셨습니다! 때론 삶의 모습이 많이 시들어 버린 것 같아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메마른 광야의 선인장에게서도 꽃을 피우시는 하나님께서 그 앙상하게 시들어 버린 것 같은 가지에 새로운 이파리와 새로운 꽃, 열매로 그득하게 되는 새 봄을 준비하고 계시는 줄 믿습니다.

진정 다사다난 했던 2020년을 보내면서 이사야서 말씀을 기억합니다. “내가 광야에는 백향목과 싯딤 나무와 화석류와 들감람나무를 심고 사막에는 잣나무와 소나무와 황양목을 함께 두리니, 무리가 보고 여호와의 손이 지으신 바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가 이것을 창조하신 바인 줄 알며 함께 헤아리며 깨달으리라.” ( 41:19~20)

겨울의시들음속에서도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할렐루야!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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