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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파란 녹이 구리 거울 속에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줄에 줄이자.

 

이십사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젊은 나이에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윤동주, <참회록>

 

 

윤동주는 1942 1 29 창씨개명계를 제출합니다. ‘히라누마 도주’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성씨를 바꾼 것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그의 <참회록> 창씨개명계를 제출하기 닷새 (1942.1.24) 작품입니다. 윤동주가 창씨개명을 하기 얼마나 괴로워 했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개명을 하지 않으면 학교 입학과 진학 거부는 물론, 행정기관에서 다루는 모든 민원 사무를 취급하지 않았고 식량 물자의 배급 대상에서 제외되었기에, 일본 유학을 가려던 윤동주에게는 어쩔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윤동주는 그의 선택에 대해 부끄러워 했고 <참회록> 썼습니다.

 

 

윤동주의 시에는 부끄러움의 정서가 흐릅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지만, 그는 “쉽게 쓰여진 시”를 부끄러워 했고,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시인이었습니다. 결국 윤동주는 “파란 녹이 구리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부끄러워하며 밤마다 그의 거울을 닦습니다. 다만, “그때 젊은 나이에/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라고 말하게 미래의 “그 어느 즐거운 날”을 꿈꾸며 말입니다.

 

삼일절 즈음이면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부끄러워 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수만 묻히고도 부끄러운 모르고 사는 자신이 부끄럽고,여전히 허리 잘린 상태의 조국의 현실을 보며 우리 선열들과 믿음의 선배들에게 부끄럽고, 팬데믹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이웃이 되지 못한 교회가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워할 모르는 교회가 부끄럽습니다. 비록 진리 따라 살지는 못해도, 적어도 부끄러워 줄은 아는 그리스도인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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