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6 12:28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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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오래 전에 할머니 권사님 분께서 “목사님들은 주일날만 가방 가지고 왔다 갔다 하시는 같은데 우리 목사님은 뭐가 그리 바쁘시데? 라고 말씀 하셨다고 해서 말씀을 전해 주신 분과 함께 살짝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목사가 주중에 뭐하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을 웹페이지를 새로 만들면서 이웃 교회 목사님의 흉내를 내서 “목회 나눔” 이란 코너를 만들어서 주중에 심방 가고, 모임 가고 하는 것들에 관한 사진을 올려 여러 교우 소식과 함께 나누는 것을 시도해 적이 있었습니다.

 

코너를 한동안 사용하다가 관두게 되었는데, 이유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사생활이 교회 웹페이지를 통해서 나눠지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셨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이 힘들어서 목사가 심방 와서 기도해 주고 갔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하셨고, 남들 힘든데 내게만 좋은 일이 생겨서 목사가 축하해 주러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을 불편해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사진에 자신의 못난 모습이 너무나 드러난다며 어려워 하기도 하셨고요.

 

지난 주에도 병원 심방을 곳을 다녀 왔는데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 장로, 권사님 기도방에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목회는 많은 비밀을 지키고 보듬어 안게 되는 같습니다.

 

지난 17 동안 아내도 모르는 비밀을 저와 나눠 주신 분도 있고, 남편 몰래 헌금한 것을 비밀로 지켜 달라는 부탁도 여러 받아 보았습니다. 가족들에게도 못한 비밀을 오랫동안 품고 살아오신 분과 함께 마음 아려 했던 일이 얼마전에 해결되어서 참으로 기뻤던 일은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같습니다. 비밀을 간직하며 오랫동안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이뤄 주시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깊은 신뢰의 관계로 나아간 경우도 있고, 또한 저와 나눠 주신 비밀이 담고 있는 수치스러움 때문에 결국 교회를 떠나신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비밀인 알고 마음 조렸던 일이 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던 것을 알고는 허무했던 경험도 있네요.

 

목회를 하면서 삶의 깊은 비밀들을 함께 마음에 담을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됨에 부담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지냈습니다. 내가 누구길래 이런 아픔을 함께 짊어지고, 이런 기억들을 함께 마음에 담고,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손길을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가 생각하면, 하나님께 송구하고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게도 부끄러운 비밀이 많은데 하나님께서 은혜로 많이도 덮어 주시고 숨겨 주셨네요. 그리고 이렇게 못난 사람을 불러서 지난 30년간 목회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니 송구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얼마 전에 어느 교인이 비밀로 지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도움을 청해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작은 일이지만 일을 드리고나서 “목사님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내용의 카톡을 받았습니다. 카톡을 보면서 제가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비밀을 지키느라 졸였던 , 그로 인해 가끔 받았던 오해들 그로 인해 천직으로 삼았던 목회에 관한 마음이 흔들렸던 때에 하나님께서 보내 주시는 귀한 격려의 메시지 같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대강절은 비밀을 마음에 담는 계절이기도 하네요. 하나님의 천사를 보았다는 사실을 말못하고 비밀로 부쳐야 했던 사가랴로 시작해서 하나님의 아들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던 마리아, 그런 약혼녀를 비밀스럽게 지켜야 했던 요셉등, 대강절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가운데 숨길 밖에 없는 일들을 모두 아시는 주님께서 주님의 때에 답답함을 풀어 주시고, 억울함에 보응 주시며, 기다림에 응답해 주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오심을 비밀스레 담고 있는 대강절, 비밀의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넘치도록 임하기를 기도하면서, 성탄절의 평안이 비밀을 품고 살수 밖에 없는 모든 이들의 삶을 위로하고 평온케 주시길 기도합니다. 평안하세요!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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