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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밥, 식은 밥 보관은 어떻게? - 팁팁뉴스 꿀팁채널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어느

늦은 저녁 나는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한강의 시입니다. 소설가이자 시인이기도 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실린 시이지요. 시인은 지은 밥에서 피어 오르는 김을 보다가 멈칫 합니다. 깨달음의 순간이자, 시가 찾아오는 경험이었겠지요. 영원히 사라진 것들이 있고, 그것은 지금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 무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에 앉아 시인은 밥을 먹습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듯, 김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밥을 안에 넣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에도 밥을 먹었습니다. 아버지가 만져지지 않는 부재의 자리에서 밥을 속에 넣었습니다. 김훈 작가가 말한 것처럼, 그야말로 대책없고 “진저리나는 밥”이었습니다. 무언가, 누군가 영원히 사라지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밥을 먹고 하루를 살아갑니다. 진저리나는 일상이자, 정성스럽게 살아내야 일상입니다.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사라진 것들에 대한 자각이 앞에 있는 것들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집니다. 김처럼 사라져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한껏 살아내려는 몸짓으로 밥숟갈을 뜹니다. 그것이 매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아닐까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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