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오리알.jpg

 

 

 

<이준 목사 / 두란노침례교회>

 

안녕하세요, 형제님.

 

오늘은 잃은 영혼을 구하기 위해 자기 전체를 드렸던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1800년대 중반 하와이에 나병이 급속히 번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나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나병환자들을 몰로카이 섬의 북쪽에 위치한 칼라우파파라는 지역에 분리시켰습니다. 칼라우파파는 그야말로 들어가면 다시는 바깥 세상으로 나올 없는 아주 독특한 곳이었습니다. 3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바다는 파도가 거센데다가 상어들의 출몰도 빈번해서 누구도 헤엄쳐서 바다를 벗어날 없었습니다. 나머지 면은 높은 산악지역에다가 끝부분은 까마득한 낭떨어지였습니다. 그러니까 천연의 감옥인 셈이었습니다. 그곳에 분리된 나병환자들은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야만 했습니다.

 

지역에 대한 소식을 들은 로마 교황청은 선교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선뜻 지원한 분이 있었는데, 데미안이라는 벨기에 출신의 신부였습니다. 데미안은 1863 하와이로 파견되어 코할라라는 지역에 성당을 세우고 복음 사역을 감당하던 분이었습니다. 지원하게 동기는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그는 주님께서 땅에 오셨을 , 대부분의 시간을 세상에서 소외된 약자들, 세리들, 창기들, 병자들과 함께 보내셨음을 기억했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종인 자신도 낮은 자리로 내려가 시대의 약자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가야함을 깨닫고 지원했던 겁니다.  

       

데미안이 칼라우파파에 도착한 것은 1873 5 10일의 일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데미안은 소망 없이 살아가는 주민들을 섬기기 위해 열심을 다했습니다. 나병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도 없고, 전문 병원도 없는 터라 거의 매일 주민들이 죽어갔습니다. 그때마다 데미안은 그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며 무덤을 팠습니다. 집집마다 다니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했습니다. “여러분, 지금도 예수님은 이곳에 함께 계십니다. 주님은 여러분을 너무너무 사랑하십니다. 그분만이 여러분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믿으세요.” 데미안은 열심히 복음을 전했습니다. 

 

데미안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예배드리러 성당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을 보내고나자, 데미안도 지치고 말았습니다. 형제님, 열매가 없는 헌신은 한계를 드러내는 법입니다. 좌절의 아픔을 안고 주민 지도자격인 사람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곤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 정말 열심히 여러분들을 섬겼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록 지역 주민들이 저를 멀리하고 예배를 드리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지도자는 데미안을 표정없이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나병환자가 아니잖아요? 그러니 당신은 우리의 아픔을 도리가 없습니다. 언젠가 들에 일을 하러 나가다가 딸이 놀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 적이 있습니다. 꽃이 흐드러지게 때라, 꽃에 반했는지 아이가 꽃을 꺾으려고 애를 쓰더군요. 손가락이 떨어져나간 손이라 꽃을 꺾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간신히 손에 꽃을 머리에 꽂으려고 했지만 그럴 없었습니다. 아이에겐 머리카락이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귀도 없어서 귀에 꽂을 수도 없었습니다.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손에 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모습을 지켜보는데 가슴이 찢어집디다. 문둥병자가 아닌 당신은 이런 우리의 아픔을 절대 이해할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에게 일어난 불행을 어떻게 설명할 있겠어요. 우리만 골라내 이런 아픔을 주신단 말입니까? 우리들은 하나님이란 존재를 이미 땅에 묻고 말았습니다. 없다고 믿고 살아가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데미안은 말을 잃고 처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기도하는 , 자신의 위선을 발견할 있었습니다. 무덤을 파러 주민들과 함께 갔지만, 그의 손에는 장갑이 끼어 있었습니다. 일을 마친 후엔 자리를 되도록이면 빨리 빠져 나왔습니다. 그들과 악수하거나 포옹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집을 방문했을 때도, 그들이 제공하는 물이나 음식은 어떤 이유를 대서든 사양을 했습니다. 주민들을 섬긴다고 하면서도 나병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 때문에 그들로부터 떨어져 살아왔던 겁니다. 그저 여기까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니 고맙게 알라는 식으로 그들을 대해왔던 겁니다. 그들의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겁니다.

 

형편없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 데미안은 통곡하며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기도하는 그의 입술에서 마디만 반복해서 흘러나왔습니다. “주님, 저를 나병환자로 만들어주십시요.” 데미안은 밤새워 마디만 되풀이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데미안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무덤을 파는 그의 손에서 장갑이 사라졌습니다. 주민들과 서슴없이 악수하고 포옹했습니다. 집을 방문할 때마다 그들 가운데 섞여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진정한 헌신이 시작된 겁니다.

 

일년쯤 지난 , 예배를 드리던 데미안은 자신이 나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식을 위해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갔지만, 아무런 감각이 없었던 겁니다. 데미안은 자리에서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신부가 나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칼라우파파 전역으로 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데미안 신부의 헌신이 진짜였음을 깨닫고는, 그의 헌신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사람 땅에 묻어 두었던 신앙을 꺼내어 다시 영혼에 심고 예배의 자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4 데미안이 천국으로 떠난 직후 거행된 부활절 예배에는 무려 4000여명, 지역 주민 대부분이 예배에 참석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형제님, 데미안은 잃은 영혼 하나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를 알고 실천한 분이었습니다. 스스로 나병환자가 되는 것이 주민들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았을 , 그래서 그는 망설임없이 길을 택할 있었던 겁니다. 형제님, 잃은 영혼을 구하는 일은 이처럼 축복된 길인 겁니다.                

 

다음 편지를 드릴 때까지 하나님의 축복으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2 시를 잊은 성도에게-조용한 일 / 김사인 skyvoice 2022.11.30
191 한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스물 세번째 file skyvoice 2022.11.15
190 시를 잊은 성도에게 - 11월 / 나태주 file skyvoice 2022.11.15
189 시를 잊은 성도에게-“다시, 다시는” (나희덕) file skyvoice 2022.11.11
188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다행이라는 말/ 천양희 skyvoice 2022.11.01
» 한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 스물두번째 file skyvoice 2022.10.26
186 시를 잊은 성도에게-입주 / 최종천 file skyvoice 2022.10.26
185 시를 잊은 성도에게-말하라, 모든 진실을, 하지만 비스듬하게 말하라 / 에밀리 디킨슨 skyvoice 2022.10.20
184 시를 잊은 성도에게-생존 수영 / 박은지 skyvoice 2022.10.20
183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성복 file skyvoice 2022.09.28
182 한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 스물한 번쨰 file skyvoice 2022.09.20
181 시를 잊은 성도에게-저수지 / 권정우 skyvoice 2022.09.20
180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무가 있는 풍경 / 마종기 file skyvoice 2022.09.06
179 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대 있음에 / 김남조 file skyvoice 2022.08.29
178 한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 스무번 째 file skyvoice 2022.08.29
177 김기석 목사 초청 말씀 사경회를 앞두고 file skyvoice 2022.08.23
176 한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 열 아홉번째 file skyvoice 2022.08.15
175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지구의 일 / 김용택 file skyvoice 2022.08.09
174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스며드는 것 / 안도현 skyvoice 2022.08.04
173 한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 열 여덟번 째 file skyvoice 2022.07.2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