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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을 찾아서" 중 한 장면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도현,<스며드는 것>

 
 
 

그렇게 좋아하던 간장게장 앞에서 머뭇거리게 만든, 참 곤란한 시입니다. 정작 안도현 시인은 잘 먹는다는 걸 나중에 알고 어찌나 배신감이 느껴지던지.

 
 
 

이 시를 읽으면 항상 영화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iness>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유행 지난 의료기 판매원이었던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 분)가 모텔에서 쫓겨나 아들과 함께 지하철 역사에서 머물던 어느 저녁, 우울해하는 아들을 위해 아빠는 의료기를 타임머신이라면서 과거 여행을 떠나자고 하지요. 그리고 두 사람은 공룡을 피해 ‘동굴’(화장실)로 들어가고 거기서 아들은 편하게 잠이 듭니다. 그때 역무원이 화장실 문을 열려고 시도하자, 아빠는 필사적으로 문을 막고 아들을 안은 채 눈물을 흘리죠. 그 장면에 이르면, 알들을 끌어안고 엎드린 꽃게의 말이 들려옵니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예전엔 몰랐습니다. 내 위에 엎드려 준 분들이 계셨다는 걸. 내 위로 쏟아지는 고통의 잔, 대신 받아준 이들이 있었다는 걸. 동굴로 나를 이끌어 안전하게 안아주던 엄마 아빠의 속울음을. 내가 누리는 평안이 그분이 받은 곤욕 덕분이었다는 것을.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사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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