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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아녜스의 노래 /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발목에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당신을 만날 있기를

 

--아녜스의 노래 / 이창동 (이창동 감독, 윤정희 주연, 영화 <> 중에서)

 

지난 1 19 배우 윤정희 (본명 손미자)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영화 <> 찾아서 보았습니다. 여러 영화이지만 같은 마음일 수는 없더군요. 극중 본인의 역할처럼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떠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연기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에서 양미자 (윤정희 ) 강사로부터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찾는 "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시를 쓰고 싶었던 미자는 사과를 들여다 보고, 옆에 머물러 보고, 나무 그늘에 앉아 시상을 발견하려고 애씁니다. 집단 성폭행 당한 자살한 여자 아이 소식을 듣고 사건에 손자가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고도 그녀는 꽃에서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영화는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묻고 있는 합니다.

 

미자가 여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된 강가에 앉았을 , 그녀의 노트 위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마침내 시가 찾아오는 순간입니다. 시를 쓰는 일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은) 삶의 고통에 고개를 돌린 채로 가능하지 않다고 영화는 말합니다. 영화 끝에 미자의 목소리와 죽은 아이 희진의 목소리로 낭독되는 <아녜스의 노래> 그렇게 완성됩니다. 끝내 발화하지 못한 희진의 목소리는 편의 시를 남긴 시인 양미자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재일조선인 사상가 서경석은  “시인이란 어떤 경우에도 침묵해서는 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지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노래하는 것이 ‘시인의 소임'이라는 말입니다.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찾아주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예언자들과 예수님을 시인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것에서만 찾는 우리에게 시인 예수는 묻습니다. 너의 소임은 무엇이냐고.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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