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신 권사>
죽전역에서 나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할머니가 자전거를 끌고 승차를 한다. 옆에 남자분이 그 연세에 자전거를 타냐고 말을 거니 아들네 집에 가는데 집에서 나올 때 전철역까지 타고 그리고 ㅇㅇ역에서 아들 집까지 또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자랑스럽게 대답을 하는 것이다.
자전거는 평일에는 이용을 못 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이용하는 걸로 알고 있던 나는 슬그머니 부아가 났다.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복잡하게 피해를 주는게 아닌가…?
그래서 “저도 자전거 타다 다리가 골절되어 지금은 안 타요”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전거 타다 다치면 다시는 안 탄다는데 나는 두번씩이나 다쳐도 이렇게 타요”하며 으쓱댄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자전거 타는 날이 아니잖아요…”
그랬더니 그 할머니는 “내 자전거는 접이식이라 괜찮아요.” 라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더 부아가 났지만 참았다. 바구니에는 봉다리 서너 개가 꽉꽉 찼고 배낭을 메었다. 접이식이라면 간단하게 접고 타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속으로 눈을 흘기며 쳐다봤다.
집에 오니 남편이 먼저 들어와 있었다. 노조 파업때문에 전철 타기가 힘들었다고 하길래, 나는 전철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큰일 날 일을 했다”며 애들 야단 치듯 나를 나무란다. “말을 잘 못 걸어 큰일 날 뻔 했다”면서 “순한 할머니 만났으니 다행이지 싸움도 못하면서 남의 참련을 하냐”고 하면서 말이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바른 소리라도 큰 낭패 당하니 절대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젊은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보고 타이르던 어른들이 망신을 당하는 요즘 세상인데 평일날에 자전거를 끌고 전철을 탄 그 할머니는 착한 사람이다. 나에게 대들고 싸우지를 않았으니 말이다. 비록 공동 질서는 어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