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목사 / 포항제일교회>
해 마다 감사절이 되면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평생을 기도로 살아오신 어머니가 팔십이 넘어서야 깨닫게 된 "감사한 죄"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단속반에 끌려가 벌금을 물고
일거리를 못 얻어 힘없이 돌아설 때도,
민주화 운동 하던 다른 어머니 아들딸들은
정권 교체가 돼서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도
사형을 받고도 몸 성히 살아서 돌아온
불쌍하고 장한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묵주를 손에 쥐고 흐느끼신다
감사한 죄
감사한 죄
아아 감사한 죄.
최근의 참사로 가족을 잃은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 북한, 지구촌 여기저기의 피맺힌 울부짖음을 떠올리면 "감사"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도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몸 성히 돌아온 아들 붙잡고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어찌 탓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가 있다면 감사에 그친 것입니다. 내 아들 살아 돌아온 것 감사하고 끝난다면, 내 배 부르기에 다른 이의 배고픔에 둔감해진다면, "모든 것이 은혜" 였음을 찬송하고 그 작은 것도 허락받지 못한 이들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우리의 감사는 죄가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하되 감사에서 끝내지 않는 것이 감사의 윤리입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은 내 모든 일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으셨음을 인정하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는 말씀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인정할 때 우리의 감사는 감사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눈물 흘리는 이웃들을 배려하여 감사의 마음을 누르려 하지 마십시오.
감사가 메마르면 공감도 희미해집니다. 감사로 깊어지고 넒어진 마음으로 한 명이라도 더 품고 기도하고,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사합시다. 그러나 감사에 그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