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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다시는.jp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문을 뜯고 네가 살던 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어줄 네가 없기에

 

삶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었을까

이상 세상에 들어 살지 않는 너는 대답이 없고

열쇠공의 손을 빌려 너의 집에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걸어 나갈 같은 신발들

식탁 위에 흩어져 있는 접시들

건조대에 널려 있는 빨래들

화분 말라버린 화초들

책상 위에 놓인 책과 노트들

 

다시 더러워질 수도 깨끗해질 수도 없는,

무릎 꿇고 있는 물건들

다시, 너를 앉힐 없는 의자

다시, 너를 눕힐 없는 침대

다시, 너를 덮을 없는 담요

다시, 너를 비출 없는 거울

다시, 너를 가둘 없는 열쇠

다시, 우체통에 던져질 없는, 쓰다 편지

다시, 다시는, 말만이 무력하게 허공을 맴돌았다

 

무엇보다도 네가 없는 일요일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말라버린 화초가 다시, 꽃을 피운다 해도

 

- 나희덕, <다시, 다시는>

 

 

나희덕 시인이 10 교통사고로 잃은 동생을 생각하며 시라고 합니다. 이번 10.29 참사에 대한 시는 아니지만, 갑자기 누군가를 잃어버린 이들의 황망함이 가슴 구석 저리게 전해 옵니다. 영정 사진도 없는 합동 분향소와 '사망자 '이라는 숫자로만 기억될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직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듣지도 부르지도 못했습니다. 거기 없지 않고 있어야 젊은이들의 이름 말입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조금 울고 조금 슬퍼하렵니다.

 

--202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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