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선 권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한해를 열어 갈 달력을 받고, 큰아이 결혼이 있을 3월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2020년은 여느 해보다 기대와 설램으로 첫 장을 넘겼다. 한국에서 올 신부 가족들과 인터넷 상견례를 하며, 결혼 준비로 분주한 새해를 시작했다.
2월이 되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불안한 소식이 들려왔다. 결혼식에 함께 할 친척들과 신부의 부모님이 미국에 오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방침이 전해지며 불안함이 더해갔다. 그런 와중에 한국에서의 여러 소식들을 듣고, 모이지 못한다는 소식에, 미국에 있는 우리는 두고 온 조국을 위해 함께 기도하였다. 결국 신부의 어머니는 준비를 위해 먼저 비행기를 탔고, 일을 해야하는 아버지는 조금 뒤에 오기로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이곳에서 모든 진행을 위해 준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예사롭지 않은 상황들이 결혼식을 하게 될 필라델피아에 펼쳐지게 되었다. 급기야 큰아이가 섬기는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자제하는 교회 방침이 정해졌다. 결혼 예식을 맡아 주실 목사님께서 ’한국에서 오는 분들이 2주간 격리를 하지 않는다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하셨고, 교회 친구들과 청년부들도 참석을 못 한다고 울먹이며 전화가 왔다. 함께 결혼 준비를 해 왔던 친구들마저 참석이 힘들다고 했다. 한국에서 오신 신부 아버지의 며칠이 부족한 격리 기간때문에 꺼리는 것이다. 우리의 이해와 상식을 적용할 수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예상 밖의 또 다른 소식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결혼 참석 인원을 제한 하는 행정명령이 나오고 식당들도 열지 못하는 현실들이 숨을 막히게 했다.
이떄 “ 네가 믿는 바 그 믿는 것이 무엇이냐” (이사야 36:4) 는 랍사게가 히스기아 왕에게 한 질문이 바로 나에게 물으시는 것같이 들려왔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흔들리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랍사게의 이런 질문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기도하면서 헤쳐 나왔던 일들이 기억나며,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살아 계시고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말씀을 찾아 들고, 다니엘의 기도를 작정했다. 아침기도 때에는 잠언 말씀으로 지혜를 구했다. 말씀을 읽으면서 매일 급변하는 상황들에 어떻게 대처하며 큰아이의 결혼준비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기도하였다. “입을 열어 지혜를 베풀며 그의 혀로 인애의 법을 말하며”{잠언 31:26} 이 말씀을 써 놓고 기도하였다.어린아이와 같이 하나 하나 여쭈어 보고,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질문하며 기도했다. 아침마다 주시는 말씀을 묵상노트에 적고 그 말씀이 내 삶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매일 적어 나갔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기도를 하면서 말씀이 나를 움직여 가는 것에 나 자신이 놀랄 때가 많았다. 경우에 합당한 말씀을 주시고, 묵상했던 말씀이 전혀 생각지 않던 상황에서 나의 힘이 되었다. “ 우리 서로 나눈 그 기쁨을 알 사람이 없도다” 정말 그랬다. 내 안에 계시는 성령님께서 부족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끌어 주신 것이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저녁 시간에는 이사야 말씀으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 낼 힘을 주시기를 온 힘을 다해 기도했다. 이때부터 교회는 온라인 주일예배로 드리기 시작했고 새벽기도 등 그외 작은 예배들도 모두 중단되었다. 이제는 홀로 선 아이처럼 하나님의 능하신 손만 바라 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도 했다. 모든 상황은 여전히 힘들게 지나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내 마음의 평안과 환경을 보는 담대함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할렐루야! 드디어 결혼식을 위해 필라델피아로 가는 공항의 살벌한 위기 중에서도 나는 이 결혼식을 하나님의 은혜로 덮어 주시기를 기도하였다. 결혼식에 오기로 한 친구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오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천군천사를 보내 주셔서, 하나님 앞에서 시작하는 믿음의 가정을 위해 좋은 날씨도 주시고, 오시는 분들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은혜를 나누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불말, 불병거를 본 엘리사의 사환의 눈을 허락해 주시기를, 하나님께서 이 결혼을 은혜로 덮으시는 것을 볼 수 있는 영안을 허락해 주시기를 소망하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 벚꽃,자목련,개나리 등 봄꽃이 활짝 피어 신랑 신부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 참석한 우리 모두는 야외 촬영 동안 공원에 나온 모든 이들과 하나가 되어 새롭게 탄생하는 부부를 마음껏 축복해 주었다. 어떤 이들은 이 결혼이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에 희망의 메세지가 됨에 감사하다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시카고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편이 “내년에 아이들 결혼기념일에는 당신에게도 다이아 반지를 끼워 줄게”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 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 다이야몬드 보다 빛난 보물 상자가 내 안에 있어요.”
혈루병 앓던 여인이 예수님 옷자락만 만져도 나을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믿음 , 회당장의 믿음이 예수님께 나아 가면 딸이 살아 날 것을 확신한 모든 일들은, 성경에서 말하는 겨자씨만한 믿음으로 시작한다는 아주 큰 교훈을 배웠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역사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 이 놀라운 일을 나는 자랑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보물상자 속에 또 하나의 보물을 담기 위해 성경을 펴고 묵상노트를 적는다.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그 빛을 따라 나는 오늘도 힘차게 찬송하며 나아 간다.
“좁은 길을 걸으며 밤낮 기뻐 하는 것, 주의 영이 함께 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