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우>
서두르지 않고
어제나 오늘이나
뜨거운 태양이 반짝이는 날
그 자리를 지키니
언제까지일까
누구의 뜻을 이루어 나가려
만인(萬人)이 보아도
벌거숭이 되어도
내색 않고
비바람 속에서도
눈 속에서도
찬 바람 속에서도
너그러움 속에
서두르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솟아
그 맑은 정기에
구름이 지붕 되어
말갛게 떠 있는 듯
그대로 그 자리에
서두르지 않는 너
수 많은 식구들
꽃이 되고 노래가 되고
출산의 기쁨으로
버글 버글 하니
이제도 서두르지 않는 너
그 자리에
믿음직스러운 것은
너 뿐인가 하노라
“그대로 그 자리에 서두르지 않는 너”란 대목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그런 자리에 서신 것 같습니다...
저 산처럼 그렇게 너그럽게, 서두르지 않고 우뚝 솟아 맑은 정기로, 생명을 품으며 그 자리에 그렇게.
--채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