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 / 문필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성숙할수록 겸손한다” 이 속담은 성숙할수록 자중할줄 알고 오만하거나 자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겸손이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이다. 즉, 오만이나 자만하지 않는 것이 겸손이고, 남을 비판하고
무시하지 않는 것도 겸손이다. 중국의 고서 ‘설원(說苑)’에 나오는 글이다. 덕이 높으면서도
남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 영화를 누리고, 땅이 비옥하여도 검소하게 사는 사람이 안녕을 얻으며,
지위가 높아도 겸손한 사람이 귀해질 수 있고, 군사가 많아도 언제나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이 승리를 얻으며, 총명하고 재능이 있지만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이익을 얻고, 많이 듣고 기억하지만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이 넓음을 얻는다. 이 여섯 가지를 ‘겸손의 덕’이라고 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완벽하고 만족한 상태에서는 행복을 느낄 수 없고,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행복도 겸손해야 느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욕심으로 가득찬 마음이라도 겸손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비우고 마음을 낮추도록 하자. 마음을 낮출 수 있는 사람만이 겸손할 수
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선사사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됩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무명선사가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있는 맹사성에게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 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그러다가 머리가 문턱에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맹사성과 무명선사와의 이 일화는 ‘겸손한 태도라면 그 누구와도 부딪칠 일이 없다’는 말을 되새겨보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겸손이라 함은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무조건 자기 자신을 깎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는 ‘비굴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학에 보면 “종신양로 불왕백보 (終身讓路 不枉百步),
종신양반 부실일단 (終身讓畔 不失一段)”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 뜻을 해석해 보면 “평생동안
남에게 길을 양보해도 그 손해가 백보밖에 안되고, 평생동안 밭두둑을 양보해도 한 단 보를 잃지
않는 것이다” 라는 뜻이다. 양보하는 것은 겸손함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들 인간에게 겸손함의 미덕을 가르쳐 주는 위대한 스승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은 언제나 우리의 발 아래에 있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땅은 우리에게 터전을 마련해주고 온몸을 열고 태양과
우리 나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달도 차면
기운다. 세상의 이치는 무엇이든 가득 차면 기울어지는
법인데 가득 차도 기울어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자의 답은 간단했다.
그것은 즉 ‘조금씩 덜어 내는 것’이다.
높으면 조금 낮추고, 가득 차면 조금 비우고, 부유하면 조금 검소하게 살고, 언변이 좋으면 말을 조금 적게 하면 된다.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낮출 줄 알고 검소할 줄도 안다. 그리고 자신을 관리할
줄도 안다. 이것이 바로 겸손의
지혜이며
삶의 지혜인 것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지낸 맹사성 (1360~1438)의 일화이다. 천하제일의 수재였던 그는 19세의 나이에
장원급제하여 경기도 파주군수가 되어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느날 그가 무명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었다.
바람, 비를 품어 우리 인간들에게 먹고 마실 양식을 제공해준다.
심지어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고 버리는 온갖 오물과 쓰레기까지도 묵묵히 받아 들인다. 그리고 언제나 낮은 곳만을 찾아 흘러가는 물에서도 겸손의 미덕을 배울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도
남과 다툼이 없는 평이한 품성이 올바른 길임을 물에 비유해 가르치고 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면서 다투지 않고 여러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위치에
처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해오는
말로 이런 말이 있다. “귀신도 교만한 사람에게는
해를 주고 겸손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며, 사람도 교만하거나 잘난 체 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남보다 조금 낫다고 해서 남을 깔보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교만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참으로 불편하다. 그러나 교만한 사람을 만나든 겸손한
사람을 만나든 상대방에 관계없이 내가 먼저 겸손한 사람이 되면 이 세상은 어디든지 편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
상대방이
아무리 교만하게 굴어도 겸손으로 상대를 하자. 결국에는
교만이 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