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 / 문필가> 한해가 기울어져
가는 11월. 시골의 논두렁에는 아직도 추수한 나락의 낱알들이 퇴락하는 가을빛을 업고 함께 뒹굴고, 감나무에는 가을의 서늘한 밤에 내리는 된서리를 맞고 홍시로 변해
버린 몇
안되는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들이 붉게 단장한 얼굴로 우듬지에 매달려
있고, 개울가에는 아직도 여름 속에 미역감던 아이들과 놀고 싶은 밤게들이 돌
틈 바귀에서 불거진 두 눈알을 껌벅 대며 얼굴을 삐죽이 내미 는 이
11월달은 아직도 금년이 다 가지 않은 마지막
달에서 앞에 서있는 달이기도 하다. 빨랫줄에 쪼르르 줄지어 앉아있는 참새의
등 위로 더욱
더 시렵도록 파랗게 비치는 하늘은 노랗게 여문 배추
고갱이 속에 아직도 서릿발의 입김이 서려
있는 잔재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는 듯 하다. 기운 햇살이 온기를 잃어가듯 중심에서 밀려난
만큼 쓸쓸해
지는 시간들을 인정하며 이제껏 한
해동안 살아오면서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수납하며 이 시린 계절을 인내로 견뎌 내야 한다. 해놓은 것도 없고 이뤄놓은 것도 없이 지나온 열
달이었다고 미리 비감에 젖을 필요는 없다.
11월은 아직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기 때문이다. 7,
8월 이글거리는 태양볕처럼 다시금 뜨거워져 피어 오르진 못한다 하더라도 히든 카드와 같은 유용한 날들이 남아
있다. 아직은 다시 해보고 일으켜볼
수 있는 반전의
기회는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