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꽃 편지-따스한 시카고 사랑 이야기

by 관리자 posted Jan 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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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98 뒤 겨울 풍경 2015 1.jpg

   

 김흥균 /하늘소리 발행인


   지난해 화성보다 더 추운 그야말로 시카고 냉동고 추위를 겪으면서 겨우내내 감기 몸살로 고생한 기억이 지금도 가시지 않습니다. 심한 추위병을 앓아서인지, 연초 찾아온 혹한은 제 마음을 싸늘하게 후벼팝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파와 함께 달갑지 않은 감기손님이 저를 찾아와 은근히 겁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 성전에서 새해 첫 기도의 문을 열고 싶은 제 심정은 갈까? 말까? 갈등하게도 하고, 추위에 눌려 매사 무기력하게 합니다.     


 이토록 추위를 피해가고만 싶은 제가 시카고 겨울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면서 시카고 겨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따스한 사랑은 혹한의 추위도 녹일수 있다는 것을 이제사 깨닫게 해 줍니다.


 엊그제 새벽녁,  달그닥 달그닥 눈 치우는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눈을 비비고, 창문밖을 내다보니, 동장군 추위가 우리를 삼켜 버릴 듯한 기세입니다.  움찔한 마음을 추스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어둠속에 아련한 불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80세 정도 돼 보이는 백인 은퇴부부가 살고 계시는 앞집 차고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입니다.   


새벽 얼음공기가 할아버지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은근히 신경쓰여, 남편과 함께 차를 천천히 몰면서 할아버지 집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어둑한 새벽속에  할아버지가 켜놓은 전등이 유난히 밝게 들어옵니다. 평소 이 마을에서 말발께나 센  할아버지는 따슷한 물인지, 커피인지는 잘 알수 없으나, 추위를 녹일  온기를  계속 퍼나르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추위에 수고하는 제설작업자들이 생각나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불을 환히 켜놓고, 얼은 가슴을 녹일 사랑의 온기를 지피고 계셨습니다.  


철인같아 보이는 할아버지 내면속에 흘러내리는 따스한 사랑, 겸손한 사랑은  두고두고 제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저는 비로서 시카고의 진정한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을 나누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이 마른자에게 생수 한컵 길어주는 것, 고독한 자에게 말 동무가 되어 주는 것, 지치고 힘든자에게 힘내라고 말없이 어깨 두드려 주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을미년 새해, 이해타산없이 이웃들에게 따스한 마음을 나누고, 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네가 있어 행복하고, 내가 있어 행복한 작은 사랑의 고백이 영글다 보면,  시카고 추위쯤은 거뜬히 녹일 사랑의 불이 지펴질테니까요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 고린도 후서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