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렬 / 문필가>
노랗고 하얗게 피어난 국화꽃을
보면서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 가 생각났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이 시는 불교의 윤회설에 바탕을 둔 작품이라고 알려졌으며, 시(詩) 속의 소쩍새는 번뇌와 비탄을 상징한 것이고 먹구름도 불안과 고통, 무서리는 시련과 인내를 나타낸 것이다. ‘묵내뢰(默內雷)’란 말이 있다. ‘겉으론 침묵을
지키지만 속으론 우뢰와 같다’는 말이다. 평화란 절대적
평온, 정지, 무사, 고요의
상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고(思考)하는 동적(動的)인
형태의 상태라고 말한다. 우리가 겉으론 웃음 짓고 밝은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음 속으로 열
번의 울음을 삼켜야 한다는
사실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울음을 삼키고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 그것을
느꼈고 소쩍새와 천둥이 몸부림친 모습으로 국화의 묵내뢰를 표형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사람 사는 일에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들 천둥번개 치는 것 같은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든 일과 관계 속에서는 언제나 늘 갈등의 연속이다. 자기
자신과도 싸우고 친구와,
동료와,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도 부부 간에 갈등과 벼락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