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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부자친.jpg

 

<박현수 목사 / 에버그린 커뮤니티 교회>

 

아마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아니면 2학년 때쯤 이라고 기억한다. 한참 더운 여름 방학 중이었다. 아버지께서 회사에 가시면서 빳빳한 종이돈으로 20원을 주셨다동생들과 같이 군것질 하라고 주신 것이었다. 그 때 20원이면 꽤 큰 돈이었다. 나는 깨끗한 새 돈을 주머니에 넣으려다 구기기가 싫어서 책갈피 속에 조심스럽게 넣어 놓았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밖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노느라고 20원에 대해 새카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저녁 때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동생들에게 오늘 뭐 사먹었냐고 물으신 것이었다. 동생들은 영문도 모르고 아무것도 사먹은 것이 없다고 하였고, 아버지는 나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셨다. 갑자기 돈 20원을 어떻게 했는지 그야말로 머릿속이 하얘져서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암만 생각해도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버지는 혹시 나 혼자 그 돈을 다 쓴 것이 아니냐고 물으셨고 나는 생각이 나질 않아 그저 우물쭈물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보아도 나오질 않았다. 처음엔 돈을 잊어버렸다고 했지만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는 내 모습이 아무래도 수상하게 느끼셨던지 자꾸 캐물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내가 혼자 돈을 다 쓰고 혼날까봐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20원이 문제가 아니라 자식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신 아버지께서는 그날 나에게 불같이 화를 내시면서 세상에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하셨다. 급기야 나는 그 저녁에 몽둥이로 두 엉덩이가 파래지다 못해 새까매질 때까지 맞았다. 어찌나 억울하고 서러웠던지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면서 잤던 것이 기억난다. 물론 그 다음날 책 속에서 20원을 찾았고 모든 오해가 풀렸지만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라는 존재는 언제나 무서운 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잘못하거나 나쁜 짓을 했을 때, 야단을 맞았지만 그렇게 많이 야단을 치시거나 혼 내주시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에서 아버지는 함부로 다가가지도 못하는 그런 모습의 존재였다. 다른 집의 아버지에 비해서 상당히 가정적이고 자상한 분이였지만 그 당시의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 모습을 벗어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한 집의 어른이고 모든 큰일을 맡아서 하시는 가정의 모든 것들을 책임지시는 그야말로 커다란 아버지의 모습으로만 다가왔었다.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 자체로 권위로 느껴지는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요즘 아이들처럼 아버지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나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항상 엄마와만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옛날부터 부모가 자녀를 교육함에 있어서 엄부자친(嚴父慈親)’ 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아버지는 엄격하게 자녀를 다스려야 하고, 어머니는 자애롭게 자녀를 감싸라는 의미일 것이다. 많은 한국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며 이런 엄부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자친’ (혹은 자부도 배제하지 못한다)의 모습만이 넘쳐흐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녀를 가르치고 잘못되었을 때 바로 잡아주는 엄부가 없어서 자녀를 나약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아이들로 기르는 세태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역할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시대가 되고 급변하는 사회와 가정에 아버지의 올바른 역할을 찾지 못하고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맡겨버리는 초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권위주의적이고 무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엄부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자녀들은 아버지를 통해서 하나님 아버지를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을, 끝도 없는 관용을, 성실하심과 믿음을, 또한 우리의 잘못을 탓하지 않으시고 용서해 주심을,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서 자녀들은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 아버지들에게 주신 이러한 거룩한 책임과 의무를 더 이상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정을 만들어 주셨고 그 가정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가 바로 세워지기를 원하고 계신다. 사랑과 정의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가정이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의 풍조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원칙 속에서 가정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 가정의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버지들이 영적으로 바로 일어서서 가정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인도해 나가기를 원하고 계신다. 이를 아버지들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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